꿈을 찾으려는 노력만으로 20대를 보냈다. 공장 알바, 매장관리·판매, 사무보조 등 단기 일자리를 전전하며 안 해본 일이 없었다.

사진=험블스튜디오의 이경향(사진 왼쪽), 김지한 대표(사진 오른쪽)

 

꿈을 찾으려는 노력만으로 20대를 보냈다. 공장 알바, 매장관리·판매, 사무보조 등 단기 일자리를 전전하며 안 해본 일이 없었다. 그리고 서른, 하고 싶은 일을 찾기 위한 긴 여정의 끝에서 만난 의류 쇼핑몰 창업. 자본금 1,000만 원으로 시작해 1년 만에 매출은 1000% 수직 상승했다. 

 

경쟁업체들과의 출혈경쟁을 피하면서 지속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방법을 고민했습니다.”

 

이토록 치열한 경쟁 속, 그들이 살아남는 법

 

국내 온라인 쇼핑 130조 원 시대. 하루에도 수천 개의 쇼핑몰이 생겼다가 사라진다. 그중에서도 패션 카테고리는 진입장벽이 낮은 만큼 경쟁은 더욱 치열하다. 2017년 10조 원이었던 온라인 의류시장은 1년 만에 12조 원 규모로 성장했다. 동대문에서 하루 거래되는 물량만 약 500억 원어치가 넘는다.[1]

한정된 시장에서 경쟁은 불가피하다. 쿠폰을 뿌리거나 가격을 내리면서 상대의 고객을 뺏고 빼앗기는 피 말리는 경쟁이 계속된다. 차별화된 장점이 없는 고만고만한 쇼핑몰은 살아남기 힘들다. 출혈만 남기는 최저가 경쟁에서 벗어나 제품 경쟁력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전략으로 단기간에 폭발적인 성장을 이뤄낸 험블스튜디오를 만났다.

 

동대문 사입이라는 왕도를 버리고, ‘잘 팔리는 자체 제작 상품’으로 차별화

 

손자병법에 이르길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최상이라 했다. 아무리 치열한 경쟁도 이기는 방법은 분명히 있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던 전선(戰線) 자체를 해체하는 것. 기존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전선을 구획하는 자가 승자가 된다. 

험블스튜디오의 두 대표는 일반적으로 ‘쇼핑몰’이라고 하면 떠올리게 마련인 동대문 사입 기반의 의류 쇼핑몰로는 승산이 없다고 판단했다. 최저가 비교가 일상인 온라인 시장에서 동일한 상품을 이길 방법은 더 싼 가격뿐이다. 하지만 자본금이 부족한 초보 판매자는 절대 이길 수 없는 싸움임을 일찌감치 인정한 것이다.

그래서 험블스튜디오는 동대문 사입 기반의 의류가 아닌 자체 제작 의류 상품으로 승부를 걸기로 했다. 세상에 없는 디자인의 옷을 만들 수 있다면 그 자체가 경쟁력이라는 생각에서였다. 

자체 제작 상품은 기존 상품과 차별성을 가질 수 있고 마진 책정에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만큼 재고 부담이 크다. 팔리지 않는 상품을 만드는 순간, 투자한 자본과 상품은 모두 재고로 남는다. 

그렇다면 해법은 없는 걸까? 아니다.
‘재고 부담을 최소화하고 잘 팔리는’ 자체 제작 상품을 만들면 된다.

 

말이 쉽지, 어떻게 재고 부담 없이 자체 제작 상품을 만드는가

 

재고 부담 없이 브랜드를 론칭하고 지속 판매하는 방법을 모색하다가 패션 커스터마이징*(Customizing)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커스터마이징이란 고객의 요구에 따라 제품을 만드는 일종의 맞춤제작 제품 혹은 서비스를 일컫는다.

가족사진을 찍어 티셔츠에 박거나 학창 시절 일명 ‘반 티’나 ‘과 티’에 나름의 구호를 적어 단체 티셔츠 인쇄를 맡겨본 경험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이러한 커스터마이징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는 포털사이트에 검색만 하면 쉽게 찾을 수 있다. 여기까지 생각이 닿은 김지한 대표는 우선 관련 업체에서 3개월간 인턴 근무를 하며 현장 경험을 쌓았다.

 

사진=험블스튜디오

 

이때의 경험에서 얻은 맞춤형 제작 프린팅 서비스에서 아이디어를 착안, 커스터마이징 방식으로 자체 디자인 상품을 제작하여 재고 부담 없이 생산하는 시스템을 마련했다. 쉽게 말해, 커스텀 티셔츠를 직접 제작하여 이를 상품화하는 전략이다. 그뿐만 아니라 고객이 직접 디자인한 도안대로 제작하는 주문 제작 서비스도 제공하기로 했다. 그렇게 험블스튜디오가 시작되었다.

 

재고도 자본금도 ‘0’으로 수렴하는 사업 준비

우선 화이트토너 레이저프린터와 열 프레스기(열 전사기) 등 티셔츠 프린팅에 필요한 설비를 도입하여 자체 제작 시스템을 갖췄다. 제작에 필요한 장비와 집기는 일정 금액의 보증금과 월 임대료를 지불하면 렌털이 가능하다. 결국 엄청난 초기 투자 없이 렌탈로 공정 준비가 끝난 것이다.

다음으로는 무지 의류 전문 업체에서 반팔 티셔츠를 시작으로 긴팔 티셔츠, 맨투맨, 후드티 등 고품질 무지 의류를 사입했다. 전문 업체를 중 MOQ(최소주문수량)가 없어 필요한 수량만 주문할 수 있고 반품이 가능한 곳을 찾아 재고 부담을 덜 수 있었다.

 

험블스튜디오 로고. 험블(humble·겸손한), 모든 고객과 시장에 겸손한 자세를 갖겠다는 뜻이다.

 

상품기획부터 디자인, 제작, 판매, 브랜딩 모든 과정은 험블스튜디오가 직접 담당한다. 주문이 들어오면 받아놓은 무지 티셔츠에 프린팅 작업을 진행한다.  각 상품 사이즈별로 샘플을 갖추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주문 후 제작 방식이라 재고가 없다고 볼 수 있다.

 

공정 방식

필름에 이미지를 인쇄해 열전사 방식으로 티셔츠에 부착한다. 전용 전사잉크로 세팅된 프린터에 전사용지를 넣어서 출력하여 판박이처럼 붙이게 되는데, 전사잉크가 그냥 붙지 않아 평판 프레스로 열을 가하여 티셔츠에 붙이는 원리다. 주문과 동시에 이틀 이내에 순차적으로 제작 및 발송하여 보통 3~4일 내에는 제품을 받을 수 있다. 

 

처음에는 제품 디자인부터 제작, 촬영, 쇼핑몰 운영 모두 김대표 혼자 했다. 주문 물량이 늘고 매출이 큰 폭으로 오르면서 그래픽 디자이너 등 전문인력을 고용했다. 현재는 여자친구인 이경향 대표가 세무, 회계부터 홈페이지 관리를 돕고 있다. 

 

Plus Tip 제작용 업체 고르는 노하우가 있다면?

적정한 단가의 좋은 상품을 찾기 위해 손품발품 파는 건 필수! 단가를 맞추는 것이 중요하지만, 제작의 기본이 되는 재료인 무지 의류나 에코백, 머그컵 만큼은 질 좋은 상품을 골랐다. 마진을 크게 남기는 것보다 질 좋은 상품을 싸게 많이 파는 박리다매 전략을 택했다. 

 

 

“잘 팔리는 아이템을 찾아 소비자가 가장 많이 찾는 시장에서 팔기로 했습니다.”

왜 쿠팡을 선택했냐고? 많이 팔고 싶어서

 

‘장사의 절반은 자리’라는 말이 있다. 좋은 자리를 얻는 것이 장사의 성패를 좌우한다는 뜻이다. 상권을 선점해야 이른바 ‘대박’을 기대할 수 있다. 온라인에도 상권이 있다면, 그건 바로 이용자가 많이 모이는 앱일 것이다. 쿠팡은 전 세대를 아울러 가장 많은 소비자가 사용하는 쇼핑 앱이다. 쿠팡 앱을 설치한 10명 중 9명이 꾸준히 사용하고 있다. 주력 판매채널로 쿠팡을 선택한 건 당연한 결정이었다. 좀 더 빨리, 그리고 더 많이 팔고 싶었다. 

또한 쿠팡은 온라인 판매가 처음인 초보자가 시작하기 가장 좋은 플랫폼이었다. 타 플랫폼 대비 가장 직관적이고 사용하기 쉬웠다. 

 

경쟁이 치열한 시장일수록 고객이 원하는 가격과 품질을 먼저 생각하고, 이를 맞춰서 생산하는 방안을 생각해야 합니다.”

 

쿠팡 검색창에 여자 반팔 티셔츠를 검색한 결과, 1위가 험블스튜디오다(2020.06.18기준)

 

쿠팡에서 잘 나가는 반팔 티셔츠를 만들자

 

쇼핑몰을 시작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은 아이템 선정이다. 안정적인 매출을 원한다면 대중성을 가진 아이템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특히 재고관리가 관건인 패션 쇼핑몰은 기후 변화도 고려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봄, 가을이 점점 줄어들고 여름과 겨울, 특히 여름이 길어지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도 갈수록 길어지는 여름 덕을 보게 될 거라 판단했다. 여름옷은 원단이 얇고 반팔 제품이 많아 겨울에 비해 단가도 저렴한 편이다. 그만큼 초기투자비용이 적게 들어 창업 부담도 줄일 수 있다. 

이렇게 선정한 주력 판매 아이템은 여름 시즌 상품의 대표 격이라 할 수 있는 반팔 티셔츠. 쇼핑몰 사용 비율이 높은 여성을 타깃팅해 “여자 반팔티”를 전면에 내세웠다. 여름을 앞둔 지난해 4월,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오픈마켓 쿠팡에 가장 먼저 입점했다. 타 오픈마켓에도 입점했지만, 현재 전체 매출의 70~80%가 쿠팡에서 나온다. 

 

니맘내맘! 고객 마음 파악하기

쿠팡에서 ‘여성 반팔티셔츠’ 혹은 ‘여자 반팔티셔츠’를 검색하면 1페이지부터 엄청나게 많은 상품이 보인다. 이처럼 상단에 노출되는 상품은 고객에게 인기가 있다는 뜻. 그래서 매일 모니터링을 통해 쿠팡을 찾는 여성 고객이 실제로 어떤 디자인을 좋아하고 많이 구매하는지 기호를 측정, 다양한 디자인 컨셉을 개발하고 있다.

 

 

험블스튜디오에서는 반팔 티셔츠 외 긴팔 티셔츠를 비롯해 후드티, 맨투맨도 판매한다. 에코백, 머그컵, 패브릭 포스터 등 소품류도 준비 중이다.

 

Plus Tip 디자인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나?

영감의 원천은 무궁무진하다. 주변 환경에서 얻기도 하고, 새로 생긴 핫 플레이스들을 찾아다니며 발견하기도 한다. 일단 옷 보는 걸 워낙 좋아해서 사이트를 엄청나게 돌아다닌다. 무신사, 지그재그, 원더플레이스, 에이블리 등 잘 나가는 온라인 쇼핑몰은 다 들어간다. 쿠팡에서 잘나가는 티셔츠 디자인을 끊임없이 찾아보는 한편 일상적인 사물도 그냥 지나치지 않으려 노력한다. 로고와 간판, 명함 디자인 같은 것도 유심히 본다. 레터링(문구 삽입) 티셔츠의 경우 문득 떠오르는 단어나 명언, 격언 등 의미 있는 문구에서 아이디어를 얻는 편이다.

 

 

“광고비 자체가 진입장벽이 돼버린 패션 쇼핑몰 업계에서
소자본 판매자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바로 쿠팡 입점입니다.”

 

고객이 원하는 것을 고객이 지불할 수 있는 가격으로 

고객 대부분은 값싸고 질 좋은 의류를 원한다. 특히 비브랜드 보세의류를 선택할 때는 더 그렇다. 디자인 콘셉트를 개발할 때처럼 가격 역시 철저한 시장조사를 바탕으로 정했다. 판매 순위 상위에 랭크된 경쟁제품의 가격을 고려하여 동일하거나 비슷한 수준으로 가격을 책정했다. 험블스튜디오의 티셔츠는 아무리 비싸도 1,2000원을 넘지 않는다. 

험블스튜디오는 마진을 크게 남기는 것보다 고객이 원하는 값싸고 질 좋은 티셔츠를 제작해서 많이 판매하자는 목표를 세웠다. 이 전략은 훌륭하게 적중, ‘싸게 파는데 질도 좋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단골이 하나둘 늘어갔다. 고객층은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하다. 특히 저렴한 가격에 상품 질이 좋다 보니 어른들이 많이 좋아한다고.

 

 

좋은 상품은 쿠팡이 알아서 팔아준다

 

값싸고 질 좋은 나만의 브랜드를 만들었더니 판매는 저절로 따라왔다. 쿠팡이 저절로 팔리는 구조를 만들어준 것. 

자체 제작 상품은 경쟁자가 없어 그 자체로 쿠팡의 아이템위너가 된다. 브랜드 인지도가 전혀 없었던 초기에는 상위에 랭크된 타 업체 티셔츠에 관련 상품으로 노출되며 매출이 꾸준히 증가했다. 한 계단씩 순위가 오르더니 어느 날 1위 자리에 올라섰다. 

2020년 6월 현재 별도 광고 집행 없이 ‘반팔 티셔츠’ 관련 키워드에서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에는 구매 고객들의 자발적 마케팅 활동인 쿠팡 파트너스*로 블로그 마케팅 그 이상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쿠팡 파트너스: 쿠팡에서 운영하는 온라인 제휴마케팅 서비스. 홈페이지, 블로그, SNS 등을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쿠팡에서 판매되는 상품을 자신의 플랫폼에 노출하여 24시간 이내에 구매가 발생하면 매출의 3%를 지급한다.

험블스튜디오는 세상에 없는 티셔츠를 쉼 없이 만들어낸다. 티셔츠 및 그래픽 디자인에 대한 아이디어는 그야말로 무궁무진하기 때문. 2022년까지 10,000건 이상 새로운 디자인의 티셔츠를 제작해 꾸준히 업로드하는 것이 1차 목표다. 쿠팡 반팔 티셔츠의 10%를 험블티셔츠로 채우고 싶다는 야무진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오늘도 노력하고 있다. 

무한경쟁 시대로 들어선 패션 이커머스 시장에서, 험블스튜디오야 말로 싸우지 않고 이기는 전략으로 달콤한 승리를 쟁취한 이 시대 진정한 승자가 아닐까.

 


*참고자료: [1] 동대문 패션 ‘신상’ 하루 수만개… 온라인이 키우고 중국인이 채웠다 2020.01.19 한국경제